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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3-14 오전 11:40:57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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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요즘 컨테이너선 절반은 '지각' 운항…바닷길 막힌 탓은 아니라는데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최근 세계를 오가는 글로벌 컨테이너선 2척 중 1
척 정도만 예정했던 운항 일정에 맞춰 도착하고 있다. 그나마 1년 전보다는
제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배들이 크게 늘어나서 이 정도다. 바다에 선박들이
들어차 도로처럼 교통체증이 발생할 리는 없으니 무슨 영문인가 싶지만, 컨테
이너선들의 정시 운항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항로가 아닌 항만에서 발생한다.

8일 덴마크 해운 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컨테이너선 정시
성(Schedule Reliability)은 52.6%를 기록했다. 정시성은 예정된 운항 일정을
지킨 컨테이너선의 비율을 의미한다. 씨인텔리전스는 34개 노선 60여개 선사
를 대상으로 정시성 통계를 집계·발표한다.

올해 1월 정시성은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 56.4%보다는 3.8%포인트(p) 하락했
으나, 1년 전인 지난해 1월 30.4%와 비교하면 22.2%p나 개선됐다.

정시 운항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주로 컨테이너를 싣고 내려야 하는 항만의
사정이다. 주요 항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파업들로 물류 적체가 벌어지면
컨테이너선들이 도착해도 제 때 항구에 들어가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실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지면서 유례없는 항만 적체 현상이 벌어졌다. 주
요 항만이 종사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가 하
면 아예 항만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화물선들이
항구를 찾지 못해 바다를 떠도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정시성은 2020년 12월(44.5%) 50% 이하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연평균 35.8%에 그쳤다. 지난해 1월에는 30%에 턱걸이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공급망 문제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지난해 10
월(51.8%) 2년 만에 50%를 넘어섰고, 최근 4개월째 50%대를 기록 중이다.

컨테이너선 정시성은 지난해 크게 개선됐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는 크
게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과 2019년의 연평균 정시성은 각각
70.7%, 78% 수준으로 10척 가운데 7~8척이 제시간에 도착했었다.

선박이 예정보다 얼마나 늦게 도착했는지 보여주는 지연 일수도 올해 1월
5.26일로 지난해 1월(7.95일)보다 2.69일 줄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보다 많게는 1일 이상 긴 수준이다.

선사별로 정시성이 가장 높은 곳은 세계 2위 덴마크 선사 머스크다. 머스크는
58.3%로 1위 자리를 지켰고, 이어 세계 1위 MSC 57.7%, 프랑스 선사 CMA CGM
52.1%, 함부르크 수드 51.6%, 하팍로이드 50.8%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선사
인 HMM(011200)은 47.9%로 8위를 기록했다.

HMM 관계자는 "비교적 항만 적체가 심한 북미 서안 항만 집중도가 높아 글로
벌 선사 대비 낮다"고 말했다. 1월 기준 북미 서안 항로의 정시성은 34.2%로
북유럽(52.1%)과 지중해(53.8%) 등보다 현저하게 낮다.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사의 정시성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물량 감소 영향으로 체선이 빠르게 해소되며, 정시성
은 2019년 평균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주요 항만의 크고 작은
파업으로 물류 처리 어려움과 경기 둔화에 따른 재고 누적으로 단기간에 회복
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항만 운영에 영향을 끼친 시위와 파업은 최소 38건이
다. 2021년 8건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 등 주요 북미 서안 항만 노사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임금이 노사 문제 뇌관이 되면서 파업 위험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편으론 선박들이 너무 빨리 운송을 마치는 것도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정시 운항 확대는 컨테이너선들이 실어나를 수 있는 총량을 말하는 선복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그렇지 않아도 약세인 해운
운임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정시성은 차츰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파업 이슈
뿐 아니라 정시성 개선은 선복량 증가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