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천일그룹  연락처   
작성일   2018-02-14 오후 3:44:32 E-mail

  
글제목   ‘하나’ 강조하며 뭉치는 일본 선사…흩어지는 한국 해운


“We Are ONE.”(우리는 하나다)

일본 해운 3사(NYK, MOL, K라인)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 ‘ONE(Ocean
Network Express)’이 서비스 노선을 발표하는 등 오는 4월 1일 공식 출범
을 앞두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NYK, MOL, K라인은 2016
년 10월 컨테이너 부문 합병을 발표했고, 지난해 7월 합작 법인 ‘ONE''을
설립했다.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 앞에서 일본 선사들은 하나를 강조하며 뭉치고 있는
데, 오히려 한국 선사들은 흩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해운업계
에서는 1위 한진해운이 2016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후 사라졌고,
남아있는 선사들마저도 실질적인 협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 ONE, 85개 항로 서비스 제공…선복량 143만TEU로 세계 6위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ONE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아시아 역내 28개 항
로, 남미 8개 항로, 오세아니아 8개 항로, 아프리카 8개 항로 등 52개 서
비스를 제공한다고 추가 발표했다. 기존 발표했던 아시아‧미주, 아시아‧유
럽 노선 등 33개 항로를 더하면 모두 85개 서비스다. ONE은 같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소속인 하팍로이드, 양밍과 함께 세계 100여국 200곳이 넘는
기항지를 오가며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ONE은 아시아 역내 항로 28개 중에서도 9개를 일본 입항 항로로 할당하는
등 자국 물류 서비스 향상에도 신경 썼다. 특히 일본과 태국을 연결하는
노선 서비스만 3개를 확보하면서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도 확실히 마련
해뒀다.

ONE은 지주회사를 일본 도쿄에 두면서도 글로벌 본사를 싱가포르에 마련해
글로벌 화주 공략에 나섰다. 홍콩, 싱가포르, 영국, 미국, 브라질에도 각
각 지역 본사를 두고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
(CEO) 자리에 P&O네들로이드, 머스크라인 출신 영국인 제레미 닉슨(Jeremy
Nixon)을 앉히면서 활발한 글로벌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닉슨 CEO는 2008
년 NYK에 합류해 2012년부터 남아시아 정기선 사업 부문 CEO를 맡았다.


3사 통합으로 ONE은 단숨에 선복량(적재용량) 140만TEU(1TEU는 20피트 컨
테이너 1개) 이상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9위(MOL‧56
만TEU), 10위(NYK‧55만TEU), 13위(K라인‧35만TEU) 수준에서 세계 6위급 선
사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순위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해운업계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
았다는 의미도 가진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최근 100만TEU 이상을 가진 ''메
가 캐리어(Mega Carrier)''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100만TEU급 이상 선사는
ONE을 포함해 머스크, MSC, CMA‧CGM, COSCO, 하팍로이드, 에버그린 등 7곳
뿐이다.

해운업계는 140만TEU가 넘는 일본 선사의 탄생이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선박을 새로 발주할 경우 그만큼 화물을
채워줄 수 있는 화주를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난관이지만, M&A는 기존 화주
를 그대로 가지고 오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다.

◆ 미국에서 협력 실패한 현대상선‧SM상선…아시아에선 12개 선사 경합

일본 선사들이 위기 앞에서 하나로 뭉친 반면 한국 선사들은 오히려 흩어
지고 있다. 국내 두 곳 뿐인 원양선사 현대상선 (4,290원▲ 135 3.25%)과
SM상선은 협력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SM상선은 현대상선에 미주
서안 노선에서 협력 관계를 맺자고 공식 제안했다가 바로 거절당했다. SM
상선은 언제든 다시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두 원
양 선사 간 협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양 뿐 아니라 근해에서도 한국 선사 간 협력은 쉽지 않다. 지난해 국적
컨테이너 선사 14곳이 참여한 ‘한국해운연합(KSP)'' 결성 배경도 아시아
역내에서의 한국 선사 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KSP가 일
부 중복 노선을 정리하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
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역내에서 운항하는 국적 선사가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SP에 참여한 아시아 역내 국적 선사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
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
오션, 한성라인, 흥아해운 등 12곳이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화주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영업하
러 다니다보면 국내 선사 간 운임 경쟁이 너무 심해 제 살 깎아먹기를 하
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당장 일본처럼 하나로 합칠 수는 없겠지만,
같이 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